2005년 02월 09일
순수 - 착한 이발사.

- 어떻게 해드릴까요?
선하게 웃고 있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 순수한 이발사이다.
- 제 머리를 깨끗하게 해주세요.
그의 선하게 웃는 모습은 참으로 역겹다.
- 얼마나 깨끗한걸 원하시나요?
어쩌면 그는 선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악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깨끗하게 해주시면 되요!
- 한숨 주무세요. 그 후엔 모든 것이 깨끗해져 있을껍니다.
..........
그는 머리를 감기기 시작한다. 머리를 감겼으나 어지럽게 엉킨
그녀의 머리는 지저분해보인다. 그는 그녀의 파마 머리를 스트레이트 를 한다. 머리는 잘 펴졌으나, 상한 머리 끝이 참으로 지저분해 보인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잘 골라가며 자른다. 상한 머리카락은 없어졌으나 들쭉날쭉한 그 머리가 정말 지저분해 보인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짧게 자른다. 머리가 밤송이 같아 지저분해보인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다 밀어버린다. 깔끔할줄 알았으나 머릿속에 박힌 모근들이 그의 눈을 불편하게 한다. 그는 그녀의 모근을 다 뽑아버린다. 구멍구멍에서 나오는 피들이 두피를 더욱 더럽게 한다. 그는 두피를 벗긴다. 깔끔한 얼굴에 깔끔한 두개골이 참으로 예쁘다. 그 위로 흐르고 있는 붉은 피는 마치 그녀의 머리카락 같다.
그는 만족하여 그녀를 깨운다.
- 완성되었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
그녀는 말이 없다. 그는 그녀의 묵묵부답에 당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곧 그녀의 입꼬리에 걸린 미소 한조각을 보고 만족하며 그녀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깔끔한 머리에 만족하며 조금 더 쉬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휴식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그는 정말 착한 이발사이다.
# by CandyD | 2005/02/09 13:29 | 글.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