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9월 16일
결혼하라구요?
mi-ring의내 인생에 혼(婚)이 끼어들 때에서 트랙백합니다.
추석이라 오랫만에 광주에 내려왔다. 안그래도 몇일 전에 애인의 생년월일시를 물어보던 엄마는 차를 타자마자 그 결과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궁합은 좋은데, 빨리 결혼하면 내가 바람을 피울까라고 헀단다. - 그나마 다행이다. 당장 결혼하라는 소리가 나왔으면 정말 죽고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서는 계속 어디서 살지 고민을 해봐야 한단다. 애인 회사는 전남인데 나는 서울에서 내려오기 싫으니 애인에게 경기도나 서울로 다시 취직을 하라고 해보는건 어떻냐는 소리도 들었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결국 우리 엄마도 엄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싱글로 살아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더니, 언제부턴가 그말은 슬그머니 들어가고 나이먹고도 혼자살면 사람들이 욕한단다. 엄마! 엄마같은 결혼하고 싶겠어요?
1. A언니는 자신의 인생에 변화를 주고싶고 도망치기 위해 애인과 결혼을 감행했다. 같이 유학을 가서 한명씩 공부를 하자던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결혼생활은 결국 '공부만'하는 남편을 얻고 말았다. 빈둥빈둥 놀고 돈쓸줄만 아는 남편 옆에서 그녀는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다. 외국까지 나가서 그녀는 남편 용돈만 근근히 보내주는 시댁에 한마디도 못하고 영어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 이혼을 진지하게 생각중이다.
2. B언니는 괜찮은 남자같아 반년동안 연애하던 남자와 결혼을 하였다. 나이차도 좀 있고 몇가지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취미도 비슷하고 성격도 맞는거 같았기 떄문이다. 결혼 한달만에 그녀는 결혼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운전을 할때마다 손을 잡아주던 남편은 어느새 창밖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결혼 몇달만에 소소한 일들에 상처받기를 시작했다.
3.C아줌마는 결혼 20여년차. 남편은 외골수에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하루하루 이혼을 생각했다가도 결혼적령기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차마 이혼을 할 수 없단다. 오늘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남편 저녁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물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많은 언니들이 있다. 하지만 나의 눈에 보인 결혼생활이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만은 않는다. 방금 티비에선 "남을 위해 자신을 바꾸지 말아요.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루게 됩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결혼은 남을 위해 나를 바꾸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을 위해 시댁을 위해 그리고 친정을 위해 나는 나를 바꾸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상대편도 자신을 바꾸기 시작하겠지만 그로인해 시작될 스트레스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혼인이란것이, 둘만을 위한 약속과 같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만, 우리나라에서 혼인이란것은 두명의 의사와는 반쯤은 관계가 없는게 사실이다. 직장을 보고, 집안을 보고 그리고 사람을 본다. 돈과 뺵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흠집이 있어도 용서가 되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결혼을 함으로써 인맥을 다지고 새로운 연줄을 만들기 떄문이다. 그 줄들로 인해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면 자녀의 작은 불편(?)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으로 시작된 결혼도 다를 수는 없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연애결혼을 한다. 결혼에 대한 환상과 나름대로의 꿈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들은 몇달이 지나지 않아 현실에 절망하고 마는 것이다. 어른들은 간혹 요즘 애들이 인내심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런 어른들은 두려움에 이혼을 지레 겁먹고 포기하곤 한다는것은 잊어버리는듯 하다.
내인생은 나의것. 내가 원하는 것은 나의 독립적이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다. 그리고 그 삶에 내 남편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혼을 생각하는 순간 나는 내가 아니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이 계산하는대로 움직여서 어느새 눈떠보면 남편이란 사람이 생겨있을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결혼을 하기 싫다는것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이런 생각들을 하고싶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되었을떄, 그리고 그 삶에 남편을 넣고 싶을때 나는 결혼을 하고 싶다.
사람은 어느정도는 이기적이어야 행복한게 아닐까. 나는 착한여자가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