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6월 17일
-화형(수아드 지음)

수아드라는 아랍여인의 삶에 대해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이야기는, 내가 알지 못했던 아랍사회의 보수적인 한면을 알게 해 주었고, 나를 분노하게 만든 책이다.
이 수아드라는 여성은 팔레스타인의 웨스트뱅크 지역에 살고 있던 아랍집안의 셋째딸이다. 그 지역의 전통에 따라 집 밖에 나간일도 거의 없고, 항상 고개를 숙이고 빨리 걸어다닌다. 당연히 교육같은건 받아보지도 못했다. 결혼을 하고 싶었으나 언니가 결혼을 하지 못해 자신도 더불어 결혼을 못하고 살아가던 그녀는 동네의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금기를 어기고 그 남자의 아이를 밴 그녀. 남자는 그녀를 외면하고, 그녀는 가족들에게 임신 사실을 들키게된다. 가족들은 가족의 명예를 위해 그녀를 "태워죽이려 했다." 운이 좋게 타죽지 "못한"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스위스의 구호단체에 의해 유럽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리고 새로 시작된 그녀의 삶. 물론 시작부터 평온하지는 못했겠지만, 지금 그녀는 유럽의 한 나라에서 남편과 아이들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책을 한장한장 넘기는 동안 나는 그녀의 딸이 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딸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당장 그녀의 고향으로 가자며 분노했다고 한다. "엄마에게 한대로 똑같이 해주겠다"던 그녀 딸의 외침은 또한 나의 외침이었다. 명예살인이라는 말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이 글은 나를 당혹스러움과 분노에 빠져들게 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생각했고, 다른나라 여자들은 "이유없이"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솔직히 그 다른나라 여자들은 무의식중 "백인"을 생각하고 있었다는것, 부인하지 않겠다. 나에게 중동의 나라들은 이슬람으로 무장된 나라이며 여성의 지위가 낮은 나라이긴 했지만, 그건 그저 이론의 느낌이었을 뿐이었다. 뉴스에서 종종 죽임을 당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그건 정말 "특별한" 경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글에서 나는 수많은 수아드가 자신의 나라에서 도망쳐나와 신분마저 숨긴채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을 들키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 자신이 살던곳을 모두 숨긴채 살아가야만 하는 그녀들의 마음은 악몽에서 도망쳐 나와도 평생 치유되기 어려울 정도의 공포이다.
내가 행복하고 싶다는 이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바람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삶.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삶이라 느끼는 모습. 그녀는 처음에 스위스에서 남자와 이야기를 하는 여성을 보고 "그녀는 내일 죽겠구나"라 생각하며 슬퍼했다고 한다. 그것이 그녀의 삶이었으니까.
지금도 중동에서는 명예를 위한 살인이 자인되고 있을 것이다. 제 2의 3의 수아드가 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녀들도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고싶다. 더이상 이 얼도당토 않은 이유로 그녀들이 죽임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by 버자이너모놀로그 | 2005/06/17 11:46 | 개인적 취향 | 트랙백 | 덧글(6)





